원장 육아칼럼
부모의 감정 조절
아동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가장 바라는 부모상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1위를 차지한 것은 엄마의 경우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엄마’ 이고, 아빠는 ‘많이 놀아 주고 대화하는 아빠’ 였다. 간단한 조사이지만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아빠의 마음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일 때문에 바쁘니까 자녀 양육과 교육은 엄마 몫' 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고, 그만큼 부딪히는 일도 많다. 또한, 자녀 교육뿐만 아니라 가사에도 신경을 써야 하므로 스트레스를 이중으로 받는다고도 볼 수 있다.
부모와 자녀 간에 감정을 조절하기 힘든 것은 그만큼 가깝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너무 만만하고 쉽게 여기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부부간에도 비슷하다. 부부간에 운전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면 상당한 인격을 갖춘 부부로 봐도 무방하다. 엄마가 능력 있는 선생님이라고 해서 자녀에게도 반드시 훌륭한 선생님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내 자식이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고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실 남의 자녀라면 화를 내거나 흥분하지 않을 일도 내 아이이기 때문에 용납하기 어렵고 너그럽게 지나치기 힘든 것이다.
아이가 잘못하거나 실수했을 때 부모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아이를 다그치면, 자녀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기가 오히려 어렵게 된다. 누구나 야단을 심하게 맞거나 체벌을 받으면 지나치게 긴장을 하거나 불안해지거나 화가 나기 때문이다. 즉 아이로 하여금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체벌을 할 때 잠깐이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 나는 부모로서 너무 내 감정에 치우쳐서 아이를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가?’ 라는 약간의 자기 반성을 동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렇게 되돌아볼 줄 아는 부모라면 야단을 쳐도 아이가 오해하거나 상처받지는 않을 것이고 그 교육적 효과도 좋을 것이다.
부부간에도 감정 조절 측면에서 좋은 견제 역할을 해줘야 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배우자를 지지, 격려해 주어야 한다. 지적을 받는 입장에서도 반발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아이 문제에서 부부 사이가 중요한 문제로 귀결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임상에서는 아이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필요한 것이 부모상담, 더 나아가 전문적인 부부치료이다. 이렇게 할 때 아이가 좋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결국 아이는 그 가정을 대표해서 클리닉을 방문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지용
의학박사,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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