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육아칼럼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이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왜 많은 문제의 근원에는 부모-자녀 관계가 내재해 있는 것일까?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부모의 깊은 마음, 혹은 속뜻이 자녀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오해 아닌 오해가 쌓이는 것이다. 나의 짧은 경험으로 볼 때 부모 자식간에는 ‘표현되는 것만이 진실이다!’라고 믿는다.
어떤 엄마가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이상하게 작은놈하고는 잘 맞는데, 얘하고는 도저히 안 맞아요. 얘는 나의 십자가인가 봐요.”
아무리 그 아이의 기질적 특성이 유별나다 해도 그 기질이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으므로 부모가 감수하고 해결해 가는 자세가 옳다. 아이 탓으로 돌린다면 이미 부모로서 미숙한 것이다.
소아정신과를 방문하는 아이들의 가장 공통적인 주제는 자신감 문제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학적으로는 주의력 결핍증, 틱 장애, 우울증 등을 표방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정서 문제를 갖는 아이들은 자신감 문제로 귀착된다. 산만한 아이들조차 겉으로는 활발해 보이지만 잘 살펴보면 실제로는 자신감이 줄어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의사 표현이나 능력 발휘를 힘들어한다. 설문 조사나 강연에서도 가장 많은 부모의 관심은 자녀의 자신감과 관련된 것이었다.
나는 아이의 자신감은 거창한 방법으로 증진되는 것은 아니며, 자녀의 일상 생활과 사소한 일들에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로 결정된다고 믿는다. 어릴수록 자녀의 자신감은 부모로부터 비롯되는데,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를 한번 보자.
“오늘 저녁에 뭐 먹고 싶니?”라고 물어 본다고 가정하자.
대부분 엄마들은 그냥 알아서 차리고 아이는 그냥 먹는다. 아이로서는 이런 질문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싫지 않은 표정으로 “돈까스요.”라고 했다 치자. 사실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은 “그냥 아무거나.” 라고 답하는 경향이 있다. 엄마가 아이 바램대로 해 주면 그것으로 좋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사가 받아들여진 것이고, 이것이 자신감 증진에 기여한다.
하지만 세상일이 생각대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엄마가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먹다 남은 볶음밥이 있었다고 치자. 그 때 엄마는 “미안한데 다시 보니까 남은 볶음밥이 있구나. 이걸 데워 먹으면 어떻겠니?”라고 묻고 아이는 “그래요.” 혹은 “돈까스 먹고 싶어요.” 등으로 답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아이가 자기 주장을 계속 펴는 것이니 오히려 반가워 할 일이다. 그러면 엄마는 “사실 엄마가 많이 피곤한데 다시 장을 봐야 하거든. 오늘은 볶음밥을 먹고 다음에 해 줄게.”라고 말하고, 아이는 대개 수긍할 것이다.
사실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고, 이러한 과정이 있건 없건 결국 이 아이는 이 날 볶음밥을 먹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큰 차이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누가 결정의 주체가 되느냐는 것이다. 아이가 “그래, 엄마 그렇게 할게.”라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와 관련된 일들은 무조건 아이에게 먼저 묻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은 아이의 자신감을 높여 준다. 하물며 방학 때 무엇을 배울지와 같이 보다 큰 결정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는 아이도 이러한 기회가 차츰 반복되면서 스스로 결정하는 힘이 커진다.
아무리 내 배로 낳았어도 자식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또한 부모가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식을 통해서 많은 애정과 위안을 받고 있다. 자식을 어느 날 우리 가정에 찾아 온 귀한 손님,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한동안 함께 머물다가 또 때가 되면 떠나가는 존재라고 생각하자. 함께 하는 시간이 무한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음을 잘 기억하자. 부모와 자녀 관계라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사이이다.
신지용
의학박사,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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