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육아칼럼
엄마와 아이의 행복은 하나
여러 매스컴과 잡지에서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엄마의 영향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클리닉을 방문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그리고 직접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 입장에서 보아도 엄마의 영향은 대단하다. 소아 정신 클리닉을 방문하는 경우 비록 표면상으로는 아이 문제이지만 깊이 살펴보면 엄마의 기분이나 성격 특성, 부부 사이 등과 관련이 깊다. 이와 반대로 엄마가 아이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너무 산만해서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는 부모의 영향을 받은것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적 특성으로 인해 엄마가 아이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아야 한다.
어떤 경우든지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면 엄마 마음도 기쁘고 아이가 아프거나 힘들어하면 엄마도 슬퍼진다. 신생아도 그럴진대, 영아와 유아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아이는 엄마의 표정, 숨소리, 목소리의 떨림까지도 민감하게 감지한다. 어릴수록 아이의 환경에서 차지하는 엄마의 비중이 절대적이므로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최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가장 바람직한 엄마상 1위는 ‘감정 조절을 잘 하는 엄마’ 로 밝혀졌다. 그만큼 아이의 건강한 성장에 엄마의 기분과 감정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그렇다면 아이를 대할 때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아보자.
많은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아무리 어린 신생아라도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기분과 감정의 공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엄마가 우울증에 빠져 있거나 심하게 불안해 하면 아이도 그러한 상태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전문용어로‘감정의 전염성(mood infectivity)’이라고 한다.
우선 일상 생활에서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하고 남편의 지지와 격려, 애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상 생활에서 자신만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남편이 아이를 보고 자신은 쇼핑을 하고, 영화도 볼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온종일 아이에게만 신경을 쓴다고 해서 엄마와 아이에게 좋은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역할을 떠나서 하나의 인간으로서 어느 정도 자기 생활이 있어야 엄마 자신은 물론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아이나 남편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자신부터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경우에는 직장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또는 시댁과의 관계, 경제적 문제 등에서 올 수 있는 스트레스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스스로 이와 같은 인간적인 본능 추구나 만족을 충분히 경험해야 엄마 자신은 물론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현실 여건이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힘이 들지만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엄마의 목소리가 밝고 힘찬 가정의 아이들이 좀 더 자신감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날 수 있고 신체적, 생리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힘들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음악을 듣거나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도 좋다. 남편과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노력은 엄마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남편이나 가족의 협조가 중요하다. 이러한 협조가 어렵거나 가정 자체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힘들지만 억지로라도 아이를 대할 때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성숙한 엄마의 조건이다. 속으로는 힘들고 어렵지만 아이를 대할 때의 얼굴 표정이나 분위기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경우에는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우에 어떻게 엄마를 도와야 하는지, 좀 더 확실한 해결책과 치료법이 무엇인지 전문가는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산후 우울증이나 월경전증훈군과 같은 경우는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데, 이러한 것을 겪을 경우 엄마 자신은 물론 아이 키우는 일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신체적, 생리적 요인까지 갖고 있으므로, 본인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되어 치료하기가 쉽고 완전히 회복될 수도 있으므로 이를 오래 두거나 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랑스런 아이를 지켜보면서 삶의 행복과 보람을 느끼지만,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엄마 자신이 좀 더 밝고 자신감 있는 삶을 영위한다면 엄마의 행복은 물론이고 아이의 행복까지 보장될 것이다.
신지용
의학박사,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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