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부진의 진단과 치료

학습 부진의 진단과 치료

"공부를 못 하는 것도 병인가?"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집중력 문제와 더불어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흔히 다루는 진단명이 바로 '학습장애'와 '학습부진'이다. 
소아청소년정신과란, 정신과 병을 다루는 곳이라기보다는 아동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분야라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그러므로 정서 불안, 스트레스, 습관과 버릇 등의 주문제로 방문하는 아동들이 일단 호전되면 아동은 물론 부모들의 욕심이 학습 증진으로 향하게 된다. 학생으로서의 능력 발휘는 공부와 학습이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우선 지능검사를 시행하여 근본적인 인지 기능에 부족함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 경우 지능검사는 아이큐가 얼마인가와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소항목별 인지 기능을 세세하게 알려 주는 것이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가 한두가지 측면에서 우수하면 전부 우수한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므로 머리가 나쁘지 않은데 공부를 안 하거나 못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고 세심한 인지 기능 평가를 시행해 보면 의외로 많은 아동청소년에게서 근본적인 인지 능력 부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가 아이를 다그치거나 목표를 높게 정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얘기가 되며, 부모의 욕심이 지나치면 공부는 물론 부모와 자녀 관계까지 악화되거나 자녀에게서 이차적 정서 문제나 행동 문제가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문제 해결은 자녀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 후 학습 능력 평가,학습 방법 진단 검사 등을 통해서 학습 부진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어려서부터 읽기, 쓰기, 셈하기 중 어느 한 가지이상에서 또래보다 1년 이상 뒤지는 모습을 보이면 학습장애라고 진단한다. 이 문제가 있으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습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아동도 자신감을 많이 상실하게 된다. 원인을 뇌 기능의 문제로 보기 때문에 기질적, 선천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칭찬과 격려, 야단, 특별한 교육 방법 등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 안에 뚜렷한 호전을 보이기 어렵다. 기초 학습 능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학교나 학년에 맞는 진도와는 별도로 뒤지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약물 치료 등 뇌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학습부진은 지능이 정상 범주에 속하고, 읽기, 쓰기,셈하기 등과 같은 기초 학습 능력에 문제가 없는데도 아동의 성적이 많이 뒤지는 경우를 말한다. 불안, 스트레스, 의욕과 자신감 저하 등 정서적 요인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학습장애보다는 학습부진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향후 소아청소년정신과의 주된 관심 분야가 되어야 한다. 이런 경우 일반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 학습 증진보다는 소아청소년정신과에서 시행하는 학습 클리닉이 좀 더 효과가 있다. 심리적 안정과 함께 학습 동기 부여, 학습 전략 수정 등과 같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가령 현재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라면 당장 특정 과목 내용을 조금 더 아는것보다는 교과서를 정독하는 법, 필기하는 법, 암기하는 요령, 시험 대비 계획 작성, 시험 불안 해소법, 시간 관리와 자기 통제 방법 등을 익히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학습 클리닉의 경우, 처음 단계에서는 학생의 학습부진 원인을 중심으로 10~12회 정도 개인 학습치료를 시행한다. 학습이란 개인차도 있고 예민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적합하도록 학습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문제점들을 충분히 해결해야 한다. 특히 시행 초기에는 아동청소년의 자신감 회복과 학습 동기 증진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학원 수강이나 과외 지도를 받았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했으므로 자신감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거나 심지어 부모에게 죄책감마저 갖는 학생이 많다.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히고 효과가 나타나면 다음 단계에서는 학습 방법과 학습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인지 치료적 접근이 효과적인데, 비슷한 조건의 구성원 4~6명 정도를 그룹으로 시행할 수 있다.


신지용
의학박사,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소아청소년 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