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육아칼럼
아동 청소년 시험불안
◆배경
'시험 불안(test anxiety)'이라고 하면 흔히 청소년들이 시험 볼 때 너무 긴장하거나 떨기 때문에 실수가 많아지고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하는 경우를 생각하겠지만, 넓은 의미로는 아동들의 과제 수행 전반에 걸친 불안을 의미한다. 시험을 통해서 평가받는 것은 보통 아동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경우보다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더구나 그 결과는 선생님과 부모님께 알려지고, 결과에 의해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잘하려다 보면 그 부담 때문에 불안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불안은 원인이나 대응책을 모를 때 강해지며, 이해하면 약해지는 속성이 있다.
◆시험 불안의 흔한 예
시험이라는 것은 필기 시험도 있지만 평가자 앞에서 말로 발표해야 하는 것도 있다. 이때 자신감이 있는 아동은 자신의 생각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으나, 수줍음이 많거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큰 아동은 알면서도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 아동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학습이 증진되는 것이므로 자신이 틀리는 것에 대해 너무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좌절감을 갖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위축되어 있는 자녀에게 "틀려도 괜찮으니까 네 생각을 말해 보렴" 하는 따뜻한 격려가 도움이 된다.
완벽주의 성향의 아동들도 시험과 과제 수행에서 불안을 자주 느낀다. 어떤 문제에 집착하여 다음 문제로 넘어가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아동들은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는 습관이 있기도 하다. 시험 때만 되면 두통이나 복통을 호소하는 신체 증상 호소형이 있다. 이러한 아동들은 시험보기 싫다거나 자신 없다는 말은 하기 싫어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힘들어 신체적인 증상으로 바뀌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부모가 강하게 몰아붙이면 곤란하다. 부모의 기대가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크거나 강한 성격의 부모를 둔 아동에게도 시험 불안이 심할 수 있다. 이 경우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능력을 정확히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 나온 것처럼 우리 부모의 대부분은 자신의 자녀가 머리는 괜찮은데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특정부분에서 우수하다고 전체적인 인지 기능과 학습 능력 또한 우수하리라고 속단하는 것은 아닐까? 즉, 자녀의 인지 기능과 정서에 대해 장단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는 물론 부모 자신을 돕는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불안의 경험도 우연히 경험한 후에 반복, 학습될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우연히 시험에서 큰 실수를 했거나 자존심을 다친 아동은 그 후 징크스처럼 시험에 대해 불안해하는 일이 있다.
이것은 시험과 관련된 정서 기억이 학습 효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과목 시험에서 시간에 쫓긴 경험이 있거나, 아동 자신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한 경우 혹은 여러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을 당한 경우에 그럴 수 있다. 이 경우는 자존심의 회복과 성공 경험이 필요하다.
◆대응책
부모 입장에서는 우선 아동이 시험 상황에서 왜 불안해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아야 한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와 심층 상담을 통하여 불안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요하며, 자녀의 심층심리검사나 학습진단평가 등과 같은 검사들이 원인과 대책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시험불안 문제를 지니고 있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서 및 인지치료적 차원의 개인치료 혹은 그룹치료 형식으로 시험불안을 극복하는 프로그램도 개발되어 시행되고 있다.
신지용
의학박사,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소아청소년 클리닉 원장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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